베트남 이커머스 거래액 35% 상승, 진짜로 돈을 버는건 누구일까?
베트남에서 물건을 팔려면, 일단 ‘쇼’부터 해야 합니다.
저는 하노이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베트남 시장 진출을 돕는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데요. 현장에서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 진짜 유망한가요?”라는 질문을 정말 자주 받는데, 위 한 마디가 제가 드리는 한 줄 답입니다. 관심을 끄는 판을 짜지 못 하면, 들어가도 살아남기 어렵다는 얘기예요.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이 작년 한 해 35% 성장했어요. 4대 플랫폼 합산 거래액 165억 달러, 한 달에 14억 달러어치가 온라인에서 팔렸다는 얘기예요. 그런데 같은 기간, 베트남에서 장사하던 셀러 4만 8천 명이 짐을 싸서 시장을 떠났습니다. 시장은 35% 커졌는데 판매자 수는 7% 줄었어요.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35%라는 화려한 헤드라인 아래에서, 분명 누군가는 돈을 벌고 또 누군가는 짐을 싸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 두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면 단순히 숫자만 보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위험한 베팅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35% 성장의 이면을 같이 들여다보고, 베트남 이커머스에 들어가려는 한국 스타트업·브랜드가 알아야 할 구조적 현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TL;DR
베트남 4대 이커머스 플랫폼 GMV 165억 달러(+35%), 그러나 활성 셀러는 4만 8천 명 이탈(-7.4%)
시장의 97%를 쇼피·틱톡샵 두 플랫폼이 차지. 라자다·티키는 합쳐서 3% 미만으로 사실상 소멸.
셀러를 떠나게 만든 3중고: 플랫폼 수수료 인상, 정부의 변덕(세금+인허가), 쇼퍼테인먼트발 마케팅비 폭증.
K-뷰티는 이커머스 1위 카테고리지만 거시 매력도와 미시 단위경제성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
진짜 기회는 플랫폼 위가 아니라 옆. 데이터·MCN·물류 같은 인프라 영역. 단, 플랫폼 내재화 리스크는 따로 챙겨야 함.
1. 쇼피와 틱톡샵, 두 플랫폼이 시장의 97%를 가져가는 나라
먼저 시장 구조부터 보겠습니다. 베트남 데이터 분석 기관 Metric이 2026년 1월 발표한 2025년 온라인 리테일 플랫폼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베트남 4대 이커머스 플랫폼 총 거래액은 약 165억 달러(약 23조 원), 전년 대비 +34.75% 성장입니다. 시장 점유율은 쇼피 56%, 틱톡샵 41.31%. 둘이 합치면 97.3%예요. 라자다와 티키는 합쳐서 2.7% 미만을 차지합니다.
한국으로 치면 이런 그림입니다. 쿠팡과 네이버쇼핑만 시장에 남고 11번가·G마켓·위메프·티몬이 일제히 1% 미만으로 쪼그라들어 사라진 상황이요. 한국에서 쿠팡 점유율이 너무 크다고 우려가 많은데, 베트남은 그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과점 구조입니다.
흥미로운 건 변화 속도입니다. 1년 전인 2024년만 해도 쇼피가 약 65%, 틱톡샵이 29%였거든요. 1년 사이에 틱톡샵 점유율이 29%에서 41%로 12%p 점프했어요. 같은 기간 매출 성장률은 +69%(2025년 상반기 기준)였고요. 평탄하던 시장 지형이 단 12개월 만에 흔들린 건데, 동력은 알려진 대로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 그러니까 라이브커머스와 숏폼 콘텐츠를 결합한 모델이에요. 이건 비중이 큰 얘기라 다음 섹션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그래서 셀러 입장에서 어떻게 되냐면, 베트남 시장 진입 = 두 플랫폼 입점이 됩니다. 자사몰(D2C 웹사이트)을 구축해서 직접 트래픽을 모은다? 이건 단언컨대, 베트남에서는 한국보다 몇 배 어려워요. 한국에서는 그래도 네이버 검색, 인스타그램 광고, 카카오톡 채널 같은 우회로가 살아 있잖아요. 베트남은 우회로가 거의 없습니다. 두 플랫폼 안에서, 두 플랫폼이 정한 규칙 안에서 게임을 해야 합니다.
자, 그럼 본격적인 질문. 왜 가게 4만 8천 곳이 짐을 쌌을까요. 답은 단순해요.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커져서, 팔아도 팔아도 남기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한 가지 요인이 아니라 세 가지가 한꺼번에 터졌어요.
첫째, 플랫폼 수수료 인상
쇼피는 2025년 4월 1일자로 카테고리별 기본 수수료를 대폭 올렸습니다. 전자기기 액세서리는 3%에서 9%로 무려 3배. 유아동 카테고리는 4%에서 9.5%로 상향됐어요. 여기에 기존엔 셀러 선택사항이던 ‘무료배송 패키지(Freeship Extra)’를 모든 셀러에게 강제 편입시켰는데, 이걸로 5~6%가 추가로 붙습니다.
틱톡샵은 한 술 더 떴어요. 2025년 한 해에만 세 차례(4·7·10월)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고요. 9월 정책 변경으로 일반 셀러 거래 수수료 상한이 15.66%, Mall 셀러는 18.90%까지 올라갔습니다. 10월 27일부로는 배송 완료 주문 한 건마다 3,000동(약 160원)의 고정 처리 수수료를 신설했는데, 가장 가혹한 게 뭔지 아세요? 소비자가 단순 변심으로 반품해도 이 3,000동은 환불이 안 됩니다. 1,000동짜리 미끼 상품으로 트래픽 끌던 셀러들은 팔 때마다 적자가 쌓이는 구조가 된 거죠.
둘째, 베트남 정부의 변덕
이건 더 까다로워요. 두 가지 측면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거든요.
한 측면은, 세금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세금 원천징수 시행령(Decree 117/2025/ND-CP)이 2025년 7월 1일부로 발효됐는데, 결제 기능이 있는 모든 이커머스 플랫폼이 셀러를 대신해서 세금을 원천징수해 국가에 직접 납부합니다. 일반 재화는 매출의 1.5%(VAT 1% + 개인소득세 0.5%), 서비스는 7%. 과거에는 영세 셀러들이 차명 계좌나 현금 결제로 매출을 축소 신고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이 우회로가 한 번에 닫혔어요. 이익이 나든 안 나든 매출의 1.5%는 무조건 떼이는 구조입니다.
다른 측면은 인허가 행정의 마비의 측면입니다. 2025년 하반기부터 럼 당서기장 주도의 강도 높은 반부패·낭비 방지 캠페인이 진행 중인데, 이게 일선 공무원들의 회피 성향을 극대화시켰습니다. 고위 관료들이 줄줄이 징계받는 걸 옆에서 보니까, “어차피 도장 찍어줘서 문제 생기면 내가 책임진다”는 분위기가 되는 거예요. 신규 화장품 인허가, 식품 라이선스 갱신, 통관 승인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황이 만연하다는 얘기를 현장에서 자주 듣습니다. 마케팅 일정 다 세워놓고 반년 넘게 통관을 못 뚫어서 현금흐름이 막히는 신생 브랜드가 적지 않아요.
다만 이 인허가 이슈는 현 시점의 문제라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어요. 1월 14차 당대회를 앞두고 정치적 분위기가 가장 경직된 시기였거든요. 칼럼 1·2편에서 다룬 것처럼 베트남은 지금 의도된 중앙집권 전환기를 지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중앙의 직접 통제가 강화되면서 행정 처리 속도와 예측 가능성이 오히려 회복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고비용 구간이지만, 5년 단위로 보면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 있어요.
셋째, 마케팅 비용 폭증
쇼퍼테인먼트가 표준이 되면서 광고비랑 KOL 커미션이 비용 구조의 가장 큰 변수로 올라왔습니다. 이게 가장 핵심적인 변화라 다음 섹션에서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이 세 가지가 한꺼번에 작동한 결과가 가격 전가입니다. 베트남 이커머스 데이터 분석 기업 YouNet ECI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4대 플랫폼 평균 판매 단가가 전년 동기 대비 33% 폭등했어요. 그런데 같은 기간 판매 물량은 오히려 8% 감소했습니다. 베트남 소비자들이 가격 저항을 시작했다는 신호예요. 셀러는 비용 못 견뎌서 가격을 올리고, 소비자는 가격 올라가니까 안 사고. 영세 셀러부터 차례로 무너지는 사이클입니다.
2. 쇼퍼테인먼트, 팔려면 일단 쇼를 해야 한다
이제 본론. 쇼퍼테인먼트가 도대체 뭐기에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 지형을 12개월 만에 뒤집은 걸까요.
용어 자체는 좀 새로운데 뿌리는 꽤 깊어요. 라이브커머스의 원조는 사실 중국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라이브’(2016년 출시)입니다. 당시만 해도 신기한 시도, 혁신적인 실험에 가까웠는데, 2019~2020년 중국판 틱톡인 ‘도우인(抖音)’이 본격적으로 라이브 쇼핑을 밀면서 시장이 폭발했어요. 결정타로 불을 지핀 것은 코로나의 발발이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다 닫히니까 라이브 스트리머가 “내 손 안의 백화점 직원” 역할을 하게 된 거죠. 중국에서는 한 번의 라이브 방송으로 수십억 원어치 매출이 나오는 일이 일상이 됐고, 인플루언서 한 명의 매출이 웬만한 중견 유통사보다 매출보다 큰 사례까지 나왔습니다.

이 모델을 글로벌 표준으로 옮긴 게 TikTok이에요. 2022년 TikTok이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공동으로 Shoppertainment: APAC’s Trillion-Dollar Opportunity 백서를 발표하면서 ‘쇼퍼테인먼트’라는 용어가 공식 마케팅 키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콘텐츠로 사람을 끌어모은 다음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까지 시키는 모델, 그러니까 광고에서 쇼핑까지의 거리를 0으로 만드는 게 핵심 아이디어예요.
TikTok Shop의 베트남 상륙은 2022년 4월이었습니다. 그리고 2년 만에 시장의 41%를 집어삼켰죠. 동력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베트남의 젊은 인구 구조 — 평균 연령 33세, 인구 1억 명 중 7천만 명이 매일 틱톡을 켜는 나라입니다. 다른 하나는 베트남 토종 라이브 스트리머 생태계의 폭발적 성장. 무명 청년들이 본인 안방에서 카메라 하나 켜고 화장품, 옷, 전자기기를 파는 풍경이 일상이 됐어요. 베트남판 ‘왕홍 경제’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지금 베트남에서 잘나가는 라이브 스트리머의 한 회 방송 매출은 수억 동(수천만 원)을 우습게 넘기고, 톱 클래스는 한 번에 수십억 동을 찍기도 합니다. 이 시장의 가속에 놀란 쇼피도 결국 2024년부터 쇼피 라이브를 전면 도입하면서 쇼퍼테인먼트 모델을 따라갔어요. 그러니까 지금 베트남에서 물건을 팔려면, 어느 플랫폼이든 일단 쇼를 해야 합니다.

그럼 셀러 비용 구조로 다시 돌아옵니다. 쇼를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숏폼 콘텐츠 제작비, 라이브커머스 세팅·운영비, KOL/KOC 섭외비, 플랫폼 내 광고 입찰 비용, 할인·프로모션 보조금. 이게 다 셀러 부담이에요. 비용의 살벌함을 보여주는 숫자 하나만 들어볼게요. 인도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Mordor Intelligence의 추산을 보면,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에서 단 1%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연간 약 600만 달러(약 80억 원)의 미디어 광고비가 필요합니다. 자본력 빵빵한 글로벌 대기업이나 감당하지, 한국 중소 D2C 스타트업이 정공법으로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KOL 단가도 보겠습니다. 아래 자료는 한 베트남 마케팅 에이전시의 실제 2025년 단가표 기준입니다.
이것만 보면 한국 메가 인플루언서 억대 섭외비에 비해 저렴해 보일 수 있어요. 그런데 핵심은 베트남 소비자 객단가입니다. 쇼피·틱톡샵 자체 통계 기준으로 베트남 소비자가 1회 쇼핑 시 지출하는 금액이 평균 1만~2.5만 원 구간(20만~50만 동)이거든요. 한국 객단가가 5~10만 원대니까, 소비력이 한국의 5분의 1 수준이라는 얘기입니다.
산수를 한 번 해볼까요. 1,500만 원 주고 미드티어 KOL 한 명을 섭외했다? 광고비 원금만 회수하려고 해도 1만 5천 원짜리 화장품을 즉시 1,000개 이상 팔아야 합니다. 마진이 아니라 광고 원금이요. 그러니 브랜드들이 방송 중에 50% 할인 쿠폰을 남발할 수밖에 없고, 결국 할인할 때만 사는 체리피커 소비자만 길러지는 악순환이 만들어져요.
한국으로 치면 이런 그림입니다. 검색해서 가성비 비교해 가며 조용히 사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식 쇼핑이 거의 사라지고, 쿠팡 라이브와 네이버 쇼핑라이브 같은 인플루언서 라이브 채널 두 곳에서만 물건을 팔아야 하는 상황.
결국, 카메라가 꺼지면 매출도 같이 꺼지는 시장이라는 것입니다.
3. K-뷰티, 유망하다는 말의 이면
이 구조를 가장 첨예하게 보여주는 게 K-뷰티 카테고리입니다. 한국 분들이 베트남 이커머스 진출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떠올리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솔직히 겉으로 보았을 때의 거시적인 숫자는 정말 화려해요. 2025년 베트남 이커머스 뷰티 카테고리 매출이 약 30억 달러(약 4조 원), 전년 대비 +30% 성장. 베트남 전체 이커머스의 14%를 차지하는 부동의 1위 카테고리입니다. 베트남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K-뷰티 점유율이 30%, 유럽(23%)·일본(17%)·태국(13%)·미국(10%)을 다 누르고 1위. 2025년 K-뷰티 글로벌 수출액도 114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시장은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는 시장”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그림이 좀 다르거든요.
뷰티 카테고리 전체 매출이 30% 늘었지만 활성 뷰티 셀러 수는 전년 대비 13%가 빠졌어요. 큰 셀러로 매출이 쏠리고 작은 셀러는 죽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거시 시장 매력도와 개별 기업 수익성은 별개 문제라는 거죠.
여기에 한국 브랜드 입장에서 특히 신경 써야 할 변수가 두 가지 더 추가됩니다.
첫째, 중국 C-뷰티의 초저가 공세
틱톡샵을 장악한 중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라이브 방송 한 번에 가격을 반토막 내는 식으로 시장을 휘젓고 있습니다. 베트남 평균 판매가가 2만 원 내외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거대한 자본력과 원가 우위를 가진 중국 브랜드와 KOL 입찰 경쟁을 벌이는 건 중소 K-뷰티 입장에서 마진을 한순간에 녹이는 가격 전쟁이에요.
둘째, 인증·리콜 리스크
화장품 카테고리는 인허가 행정에 특히 민감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제가 직접 클라이언트 기업들과 실무를 하면서 피부로 느꼈던 부분이기도 한데요. 베트남에 화장품을 팔려면 보건부의 화장품 등록(Cosmetic Product Notification, CPNP)을 받아야 하는데, 정부 공식 수수료는 한 건당 약 50만 동(약 2만 5천 원)으로 저렴합니다. 다만 실제로는 시험성적서, 라벨 검토, 자유판매증명서(CFS), 현지 책임자(Responsible Person) 지정까지 챙기다 보면 제품당 200~500달러 수준의 서류·컨설팅 비용이 따라붙어요. SKU(품목 수)가 많은 K-뷰티 브랜드일수록 이 비용이 누적되는 구조입니다.
정상 처리 기간은 영업일 기준 약 7일이 명목이지만, 앞 섹션에서 다룬 인허가 마비기에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씩 밀리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요. 마케팅 일정에 맞춰 통관을 못 뚫으면 라이브 일정 자체가 무너지는 구조라, 인허가 지연 자체가 또 다른 비용입니다. 거기에 사후 단속도 강화되고 있어요. 2026년 2월에 한국 화장품 회사 두 곳의 6개 제품이 성분표 위반 등을 이유로 베트남 전역 판매 중지·전량 회수·강제 폐기 조치를 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K-뷰티가 베트남에서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거시 유망론만 믿고 미시 단위경제성을 안 보고 들어가면 위험하다는 얘기입니다. 자본력 있는 대기업과 막 진출하려는 중소 스타트업의 게임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에요. 같은 시장이지만 같은 시장이 아닙니다.
4. 그러면 돈은 어디로? 곡괭이를 파는 사람들
여기까지가 셀러 관점의 현실입니다. 그럼 베트남 이커머스에서 진짜 돈을 벌고 있는 건 누굴까요.
먼저 짚어둘 게 하나 있어요. 셀러 전체가 죽는 건 아니라는 점이에요. 베트남 이커머스 데이터 분석 플랫폼 Metric 데이터에 따르면 쇼피와 틱톡샵 안에서 전체 셀러의 약 2%에 불과한 공식 브랜드 스토어(Shop Mall)가 두 플랫폼 매출의 35% 이상을 가져갑니다. 떠난 건 영세 셀러고, 대형 브랜드 셀러는 오히려 늘었어요. 그러니까 셀러가 살아남는 길은 두 갈래로 좁혀집니다. Mall로 올라가서 브랜드 셀러가 되거나, 아니면 옆으로 비켜서 곡괭이 파는 쪽으로 가거나.
곡괭이 비유는 1850년대 미국 골드러시 이야기예요. 그 시절에 진짜 부자가 된 사람들은 금을 캔 광부가 아니라 금 캐는 사람한테 곡괭이와 청바지를 판 사람들이었거든요. 베트남 이커머스도 비슷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플랫폼 생태계의 복잡성이 커질수록 그걸 해결해주는 B2B 인프라·서비스에서 기회가 생기고 있어요.
몇 가지만 짚어보면, 라이브커머스 MCN 영역에서는 호치민 기반의 Nina Live Hub가 5,000제곱미터 규모 시설을 갖추고 브랜드의 라이브 방송 전략 기획부터 크리에이터 교육, 세트 디자인, 방송 송출, 매출 관리까지 풀스택으로 대행하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어요. 데이터 분석 SaaS 영역에서는 Metric과 YouNet ECI가 양대 산맥으로 자리를 잡았고요. 4대 플랫폼의 실시간 GMV, 카테고리별 점유율, 베스트셀러 단가 추이를 수집·분석해서 유료 리포트로 팔거든요. 셀러 입장에서 수수료 1% 차이가 생사를 가르는 시장이 되니까,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요. 라스트마일 물류 쪽도 GHN, GHTK, Viettel Post 같은 로컬 3PL 업체들이 이커머스 물동량 폭증의 수혜를 받고 있고요.
한국으로 치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생태계 위에서 카페24, 채널톡, 크리마 같은 B2B 인프라 스타트업이 커온 것과 비슷한 그림입니다. 셀러가 부침을 겪어도 플랫폼 GMV가 커지는 한 인프라 수요는 늘어나니까요.
다만 곡괭이 장사도 마냥 안전한 건 아니에요. 플랫폼 종속 리스크가 있습니다. 쇼피는 자체 물류 조직 ‘Shopee Xpress’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서 자사 플랫폼 물동량의 50% 이상을 직접 처리하고 있거든요. 이런 식으로 플랫폼이 핵심 기능을 내재화하면, 그 위에서 비즈니스를 하던 인프라 스타트업들이 한순간에 일감을 빼앗길 수 있습니다. 광부의 사이클뿐 아니라 곡괭이 장사의 사이클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예요.
필자 의견 및 마무리
여기까지 읽고 “그래서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 들어가지 말라는 거냐?”라고 물으신다면, 그건 아닙니다. 35% 성장은 팩트이고 소비 디지털화 추세도 분명해요. 들어가지 말라가 아니라 이 구조를 모르고 들어가지 말라가 제 메시지입니다.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은 지금 성숙기에 진입하는 중입니다. 2018~2022년의 지난 시기처럼, 너도나도 적자 감수하고 시장 점유율만 주목하던 시기는 끝났습니다. 살아남으려면 25%의 총 비용률을 견딜 수 있는 본원 경쟁력, 중국산 저가 공세를 무력화할 브랜딩, 정교한 퍼포먼스 마케팅 설계, 그리고 변덕스러운 베트남 행정·세무에 대응할 수 있는 현지 운영 능력이 전반적으로 다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작은 회사가 다 죽는 시장은 아니에요. 25%의 총 비용률 구조 안에서도 살아남는 한국 중소 브랜드들이 있고,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예요. 시장 구조를 정확히 분석한 뒤에 전략을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어떤 곳은 비싼 메가 인플루언서 대신 나노·마이크로 KOL 네트워크를 조직화하는 쪽으로 풀고, 또 어떤 곳은 라이브커머스 의존을 줄이고 검색 기반 전환에 집중하는 식으로요. 길이 한 가지가 아니라는 얘기죠. 핵심은, 거시 숫자만 보고 무작정 들어가는 게 아니라 시스템의 빈틈을 먼저 읽고 거기서 길을 찾았다는 점입니다.
거시 뉴스에서는 35% 성장이라는 샴페인이 터지는데, 정작 그 밑에서는 4만 8천 명의 소상공인이 짐을 싸서 나가고 있는 시장. 이게 지금 베트남 이커머스의 실상입니다. 35%의 성장이 누구의 성장인지를 묻는 것, 그게 이 시장을 제대로 읽는 첫 번째 질문 아닐까 싶어요.
베트남 이커머스에 들어가시려는 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마디 드리자면, 지금 들어가도 늦지 않습니다. 다만 이제는 좋은 물건만 들고 들어가는 시장이 아니에요. 들어가기 전에 어떤 ‘쇼’를 할지 정하는 것도, 어떤 물건을 팔지를 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