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Recap 시리즈 마지막인 3편입니다. 사실상 리캡 안에 들어가기보다는, 별도의 Opinion 글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긴 합니다.
지난 Recap 글들을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AI,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에게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0년 코로나때부터 급격하게 풀린 유동성은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많은 개발도상국 스타트업 씬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그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스타트업들도 많이 생겨나고, 기존에 잘 해오던 스타트업들은 유니콘이 되어 시장의 주목을 받았죠.
당시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투자에 있어 대부분의 VC들이 공통적으로 깔고 가는 전제들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동남아시아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입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소득수준 증가와 함께 소비 시장은 성장한다.
젊은 인구의 숫자가 증가하고, 이들의 교육 수준은 소득의 증가와 함께 상승한다.
동남아시아의 낮은 인건비를 레버리지삼아 IT 회사들이 더 빠른 확장을 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새로운 시장기회를 만들어내기에 좋은 환경이다.
시장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계속해서 귀국해 창업하는 인재들이 증가하고, 그들로 인해 전반적인 인력의 퀄리티가 상승한다.
저 또한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고, 특히 베트남의 엔지니어들은 임금 대비 퀄리티가 높아 크고 작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개발 외주를 맡기는 일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개발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은 엄청 늘어났고, 그만큼 공급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특히 영어를 할 줄 아는 개발자들은 베트남 기준 당시 최고 연봉을 넘는 연봉을 받을 수 있게 되기도 했고요. 이런 상황은 인도네시아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베트남보다도 더 큰 금액이 스타트업에 유입되면서 많은 기회가 생겼죠. 인도는 원래도 미국에 많은 개발인력을 수출하는 국가이기도 하고, 큰 시장인 만큼 말할 것도 없었죠.
AI-driven Development의 보편화
AI의 발전이 가져온 변화로 인해 위에서 말했던 전제 중 3과 4, 그리고 5는 이제 다시 점검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AI-driven development의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위의 전제가 사실상 박살났기 때문입니다.
ChatGPT 3.5 출시때만 해도 CS와 같은, 정말 저수준의 노동정도가 대체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LLM의 코딩에 대한 이야기가 막 나올 즈음에도 그렇게 심각하게 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DeepSeek, Cursor, Claude Code, Qwen 등 개발자들이 더 개발을 잘 하게 해주는 영역부터 개발을 모르는 사람들이 개발을 하는 영역까지 사실상 전방위를 다 커버하는 AI 코딩툴이 나오고, 퀄리티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제 인턴에서 주니어 수준의 개발자들은 대체되겠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역시 글로벌 IT 회사들은 줄줄이 layoff를 하기 시작했고, 구인도 눈에 띄게 줄였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이는 1)AI의 도입으로 인력을 줄이고도 기존보다 더 높은 퍼포먼스를 내는게 가능해졌으며 2)시장의 온도가 낮아지며 기존에 Overhiring으로 인해 높아진 인건비를 줄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반적 트렌드는 시장 점유율 증가를 위한 저수준 개발자를 다수 고용하던 비용을 아껴 고수준 개발자, 주로 AI 역량이 있는 개발자를 소수 고용하는 쪽으로 옮겨갔습니다.
동남아시아의 AI 역량
문제는 이 흐름에서 동남아시아는 메인스트림은 차치하더라도 최소 따라가기라도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이들 이야기하는 문제인데, 결국 현재 AI 발전의 중심은 미국이라 AI 인재들이 계속 미국에 빨려갑니다. 최근 핫한 AI 스타트업들을 조사하다보면 많은 창업자들이 ‘~~계 미국인, 중국인, 중국계 미국인’ 정도로 추려집니다.
스탠포드 HAI에서 집계하고 있는 글로벌 AI 파워 순위를 보면 그나마 싱가포르가 주변국의 인재들을 흡수해서 2024년 기준 6위에 들었지만, 그 외 R&D나 Economy등의 부분에서는 약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26위에 말레이시아가 있고, 나머지 국가들은 36위 밖에 있습니다.
Tortoise Media의 Global AI 인덱스를 보면 싱가포르의 순위가 3위까지 올라가긴 합니다. 글로벌 IT 대기업들의 APAC 지사도 많고, 현재 싱가포르에 유동성이 넘쳐나서 가능한 현상이 아닌가 합니다. 뭐 이런 통계를 들지 않더라도 LLM을 기준으로 볼 때 미국 중국을 제외하면 프랑스의 Mistral의 Mixtral정도밖에 글로벌 네임밸류와 깊이가 있는 프로젝트가 없습니다.
AI 전문인력들은 최소 석사급 이상이 대부분이고, AI 활용도 또한 어느정도의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구조화 및 매니징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그리고 그런 인재들이 이주할 이유가 부족한 국가들은 이런 트렌드에서 뒤쳐지는게 당연합니다. 저같아도 메타가 1억달러 패키지를 제안하면 바로 짐 싸서 갈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가 외국의 인재를 데려오기는 커녕 있는 인재라도 지키면 대단한 상황이죠. 물론 급여만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트렌드의 중심에 있지 않으면 금방 뒤처지기 때문에, 욕심 있는 탑급 인재들은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데려오기 어려운 상황이죠.
Meta의 Manus 인수가 동남아시아에 가지는 의미
최근(2025년 12월) Manus가 Meta(Facebook)에 인수되면서 이게 동남아시아에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고민해봤습니다.
Manus는 현재 법적으로는 싱가포르 회사지만 중국에서 시작된 중국계 스타트업이고, 주요 창업자들도 모두 중국인입니다. Manus의 투자자도 시리즈 B에 참여한 미국 VC인 Benchmark를 제외하면 모두 중국 투자자밖에 없죠. 인수 당시 직원들도 대부분 싱가포르 출신이 아니었습니다.
즉,
중국인 창업자가 세우고
중국 VC가 초기 투자하고
미국 VC가 성장 투자하고
미국 빅테크가 인수한
딜입니다. 싱가포르는 법인 소재지로 활용됐을 뿐, 로컬 생태계가 가져간 건 거의 없습니다. 동남아시아의 AI 스타트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로컬 투자자들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수혜를 보고 있는지 질문해야 할 때입니다.
그 외에도 싱가포르의 많은 유망 AI 스타트업들은 중국인이 설립하고 중국과 미국이 투자하는 그림이 많이 보여집니다. 그래도 로컬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모습들이 꽤 보이던 AI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죠. 아무래도 AI 스타트업을 설립하거나, 평가하고 투자하는 역량 모두가 현재의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AI는 기회인가 위기인가?
이제 앞의 전제를 다시 볼까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소득수준 증가와 함께 소비 시장은 성장한다.
→ 소득수준의 증가율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다시 점검해볼 때가 됐다.젊은 인구의 숫자가 증가하고, 이들의 교육 수준은 소득의 증가와 함께 상승한다.
→ 젊은 인구의 증가가 줄어들고 있다.동남아시아의 낮은 인건비를 레버리지삼아 IT 회사들이 더 빠른 확장을 할 수 있다.
→ 이제 인건비가 낮다는 점이 이전보다 큰 메리트가 아니다.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새로운 시장기회를 만들어내기에 좋은 환경이다.
→ 아직 유효하나, AI 특유의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AI 네이티브 프로덕트로 만들지, 이전의 방식을 고수할지 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해졌다.시장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계속해서 귀국해 창업하는 인재들이 증가하고, 그들로 인해 전반적인 인력의 퀄리티가 상승한다.
→ 고수준의 인력 이탈이 증가하고 귀국하는 창업자들이 줄어들었다.
지금과 같이 빠른 AI의 발전과 특정 국가에 대한 유동성 집중화는 현재까지는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회보다는 위기의 측면이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처럼 이제 막 고관여 산업으로 넘어가고 있던 경우에는 더욱 그렇죠.
하지만 PC가 그랬고, 인터넷이 그랬고, 스마트폰이 그랬듯 큰 변화는 위기와 동시에 기회도 함께 가져오기 마련입니다. 미국의 중국 GPU 제재가 DeepSeek가 나올 계기를 만든 것처럼 현재의 제약사항들이 동남아시아에서 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