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2025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숫자만으로는 볼 수 없는 부분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지난 글에서 숫자로 볼 수 있었듯, 2025년의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생태계는 여전히 상태가 좋지 않았죠. 그리고 그걸 더 명확히 보여주는건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선호되던 인도네시아에대한 투자가 필리핀보다도 적어졌다는 점입니다. 싱가폴이 주는 착시를 감안해도 당황스러운 일이죠.

필리핀이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할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투자는 2021년 H1 기준 USD 3.8B에서 2025년 H1 USD 80M으로 98% 폭락했습니다. 필리핀도 물론 폭락했습니다. 2021년 H1 기준 438M에서 2025년 H1 USD 86M으로 80% 떨어졌죠.
인도네시아의 스타트업 투자가 크게 위축된 것에는 지난 글(유동성 위기와 스캔들로 얼룩진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씬)에서 다뤘던 인도네시아의 분식회계 및 횡령 관련 스캔들과 아쉬운 투자 회수 등의 이유와 인도네시아 정부가 규제를 이리저리 바꾸면서 불확실성을 계속해서 증가시키고 있는 점, 그리고 최근 당선된 군 출신의 프라보워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반발 등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로 가지 못하는 투자금들은 어디로 갈까요? 현재 상황은 이렇게 보면 좋습니다.
동남아시아 VC들의 스타트업 투자자금은 동남아시아 외의 국가로는 잘 나가려하지 않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들이 제일 잘 이해하고 있는 시장은 동남아시아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일 큰 투자처였던 인도네시아에 투자하기 어려워지고, 베트남도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투자를 해볼만한 곳은 필리핀정도라 소규모 투자들이 시도되며 다른 국가들 대비 투자규모의 감소폭이 그나마 완만해졌습니다.
현재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모두 이례적인 상황을 겪고 있는 상태인데, 앞으로는 필리핀이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유망 투자처가 될 수 있을까요? 제가 볼 땐 그렇진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정치적 혼란이 너무 심각합니다.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2025년 필리핀은 마르코스-두테르테 가문 간 전면전, 전 대통령 ICC 송환, 대규모 부패 스캔들이 동시에 터지면서 외국인 투자 약속이 Q3에만 48.7% 급감했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 지지율도 21%까지 추락했고요. 남중국해(서필리핀해) 긴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VC들이 장기 베팅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스캔들 이후 동남아시아 VC들은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이 너무 열악합니다.
스케일업 경험 있는 테크 인재가 부족합니다. BPO 강국답게 저레벨 IT 인력은 많지만, "제품을 0에서 수백만 유저로 키워본" 경험자는 드물어요. 안정적인 BPO 급여가 스타트업 인재를 빨아들이는 것도 문제고요. 시니어 엔지니어는 싱가포르나 인도에서 수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VC 인프라가 취약합니다.
이게 가장 치명적이에요. VC의 숫자가 적을 뿐 아니라 H1 2025 기준 late-stage 딜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시드는 그나마 작동하지만, Series B 이상으로 가면 돈이 말라버려요. 유니콘이 한 개도 안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에서 스타트업 성공의 Flywheel이 돌아갈 동안, 필리핀은 첫 단추도 못꿰었던 상태였던 것이 가장 크리티컬합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모두 2010년 전후로 해서 로컬 스타트업의 성공신화가 만들어지고, 해외로 나갔던 인재들이 기회를 찾아 돌아오기 시작했었죠. 이후 이들과 함께 스타트업을 키워본 로컬 인재들과 로컬 VC들이 성장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1000 Startup Digital과 같은 정부 지원도 제공되었습니다. 필리핀은 그동안 단 하나의 유니콘도 키워내지 못했습니다.
현재 상황을 정확히 말하면 필리핀이 인도네시아를 추월한 것이 아닌, 인도네시아가 더 크게 추락했을 뿐인 상황인 것이죠. 최근 필리핀의 유일한 글로벌 기업이자 국민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Jolibee group이 한국의 컴포즈 커피를 인수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스타트업과는 성공 방정식 자체가 다릅니다.
베트남의 반등
베트남의 스타트업 투자금액은 2024년 H1 대비 2025년 H1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베트남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투자사들이 조금 더 확신을 가지고 투자를 진행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또, 전체적인 스타트업 씬은 다소 침체되었지만, 베트남 자체는 China Plus One 전략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로 삼성과 애플등 공급망들이 베트남에 추가로 들어오면서 물류와 유통, 그리고 B2B SaaS에 기회가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인도네시아와 같은 대형 스캔들이 없었다는 점. 비교적 정치적 불안정성이 낮다는 점들이 베트남이 다른 국가들보다 우선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이유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아직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긴 합니다.
아직은 판단 불가
Recap 1에서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2025년의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생태계의 추이를 봤다면, Recap 2에서는 각 국가들에 초점을 맞춰 해석을 해봤습니다. 인도네시아가 현재 유독 상황이 좋지 않지만, 펀더멘탈이 훼손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베트남 스타트업 투자가 진짜로 반등하는 것인지도 아직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필리핀의 경우에도 펀더멜탈적으로 더 열악해지면 열악해졌지, 상황이 호전된 것은 아니라 유동성이 돌아오더라도 필리핀이 갑자기 치고나가는 상황은 상상하기가 어렵네요.
다음 편에서는 Recap 시리즈 마지막으로 싱가포르와 AI 스타트업을 중점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